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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10-01본문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박노해, <다시> 중에서
정직원을 구한다는 말
그분은 퍼스널 트레이너입니다. 지난해 여름, 한 피트니스센터의 구인 글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구인 게시판에는 '정직 트레이너'라고 적혀 있었고,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막상 받아 든 계약서의 이름은 '위탁계약서'였습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매달 기본급이 들어왔고, 오후에 출근해 밤늦게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 그날의 일정과 퇴근을 보고하는 것으로 하루가 끝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자리를 두고 '정규직 프리랜서'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프리랜서이지만, 일하는 모양은 직원과 다르지 않은 자리입니다.
거절한 다음 날
열한 번째 달, 회사가 새로운 조건을 내밀었습니다. 기본급 없이 수업료만 받는 '전업 프리랜서'로 일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근속 1년을 한 달 남짓 앞둔 때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의 요청에 따라 전업 프리랜서로 옮긴 동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본급이 사라진다는 것은 한 달의 생활이 오롯이 회원 수에 달리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신중한 고민 끝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처음 계약한 조건 그대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짧은 답을 보냈습니다.
거절한 다음 날, 회사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몇 달 전의 업무 처리를 두고 소명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분은 경위를 적어 보냈고, 그로부터 보름 뒤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계약해지 통지의 형식을 빌었지만, 사실상 해고였습니다.
석 달이라는 시간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가 해고를 당한 경우, 이를 다투려면 두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바로 법원과 노동위원회입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훨씬 적지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는 해고된 날로부터 석 달이라는 기한이 있습니다. 이 기간을 지나치면 더 이상 노동위원회에 찾아갈 수 없습니다. 그분은 그 기간 안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서를 냈습니다.
두 개의 답변서
그분이 저를 찾아온 것은 혼자서 구제신청을 하고 이유서까지 제출한 이후에, 회사가 선임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두 개의 답변서를 받아 든 무렵이었습니다. 상대방의 서면은 두꺼웠고, 무거운 판례들이 답변서 여기저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받아 든 사람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였을 것입니다. 법적 다툼을 처음 겪는 사람에게는 상대방 서면의 단어 하나하나가 무겁게 다가올 테니까요.
하지만 판례는 결론만이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른 사실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그 판례 속 사건과 그분의 사건은 출발부터 달랐습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하나씩 짚어 나갔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
부당해고사건은 결국 두 가지 쟁점으로 귀결됩니다. 이 사람이 근로자였는가, 그렇다면 해고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 그분이 혼자 제출한 첫 번째 이유서에는 이 상황에 이르게 된 사정이 절절히 담겨 있었지만, 그 사정 하나하나를 받쳐 줄 증거자료들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였습니다.
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이 사안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흩어진 기록을 제자리에 놓고, 거절과 해고 사이의 날짜를 나란히 세우는 일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유서 끝의 한 줄
그분이 혼자 제출한 첫 번째 이유서 끝에는 복직 대신 금전으로 보상받고 싶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신뢰가 무너진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죠. 그분에게 필요한 것은 돌아갈 자리가 아니라, 빼앗긴 시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유서 끝에 기재된 그 한 줄만으로는 그분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는 없었습니다. 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받으려면 이유서와 별도로 금전보상명령 신청서를 내야 합니다. 그것도 심문회의 날짜를 통보받기 전까지요. 두 번째 이유서를 준비함과 동시에 금전보상명령 신청서를 따로 작성해 제출하기로 하였습니다.
변호사의 마음에서
그분이 회사에 보낸 거절의 말을 다시 읽어 봅니다. "처음 계약한 현재 조건으로 계속 근무하고 싶습니다."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의 약속을 지켜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거절한 대가가 해고일 수는 없습니다.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날, 그분이 전하려는 말은 명확할 것입니다. 계약서에 어떤 이름이 붙어 있었든 자신은 근로자였고, 그 해고는 부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날이 그분이 겪은 억울한 일을 바로잡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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